신뢰보호원칙이란 행정청이 먼저 어떠한 행위를 했을 때, 이를 기반으로 국민들이 보호 가치가 있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믿음은 원리적으로 행정기관의 또 다른 행동으로 인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신뢰는 행정 기관의 적법 행위를 통하여 만들어질 수도 있고, 혹은 위법한 행위로도 형성이 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바로 후자인 행정기관에서 위법행위를 행했을 때 국민들이 신뢰하게 된 상황이다. 이러한 법을 어긴 행위는 모두 취소나 무효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원칙과 다르게 신뢰보호원칙에서는 위법처분을 취소시키지 않고, 국민의 보호를 위하여 올바른 처분과 같게 유지할 것을 공고한다. 국민들은 거대한 공공기관들과 비교하면 약자이고, 이러한 기관들의 의견에 당연히 종속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이런 행정기관들의 행위들은 그 자체로도 큰 신뢰를 주게 된다. 신뢰보호원칙은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법적으로 약자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신뢰보호원칙은 원래 있던 잘못된 처분을 철회하지 않고, 유지하거나 적법하도록 바꾸도록 하자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해당 원칙은 법치주의에 벗어나는 예외적인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대립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원칙은 법치주의의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국가 원리를 형식적으로만 이해한다면 이는 예외라고 할 수 있겠지만, 헌법의 기본적인 기저에는 국민들의 생활이 법적으로 안정적이게 하는 요구가 깔려 있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예외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즉, 신뢰보호원칙에 적용되는 경우엔 형식적으로 이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믿음에 기반하여 법의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더욱 법적 정신에 적합하다.
신뢰보호원칙의 근거로는 헌법에서 나오는 법의 일반적인 원칙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근거로는 신의칙설, 법적 안정성설, 사회국가 원리설, 기본권설, 독자성설 등이 있다. 먼저 신의칙설이란, 민법에서 신의성실원칙을 기반으로 국민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가 만들어지는 경우에 이후 일어나는 행위가 법에 옳더라도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민법 제2조(신의성실) 1.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하지만 민법상으로 신의칙은 원래 당사자들 사이에 일어난 계약 같은 이익을 기반으로 한 거래가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없다면 적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하는 건지에 관한 문제가 있다.
두 번째로 법적 안정성설인데, 이는 행정법의 틀 안에서 신뢰보호원칙의 근거는 행정원리의 내용으로 법적인 안정성을 추구하는 데에 있다고 보는 일반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이는 법 원칙이며,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실정법에서 규정된 경우도 있는데, 일례로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에서는 "세법의 해석 또는 국세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후에는 그 해석 또는 관행에 의한 행위 또는 계산은 정당한 것으로 보며, 새로운 해석 또는 관행에 의하여 소급하여 과세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이처럼 신뢰보호원칙은 이론적 근거뿐만 아니라 실정법에서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4가지의 요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행정기관의 구체적 사실에 대한 공적인 견해 표명이다. 행정기관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규명하였어도, 구체적으로 전후 사실관계에 관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면 이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일차원적인 법령의 답변을 가지고는 행정청의 선행적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입장 발표는 공적이어야 하므로 사적인 경우는 제외한다. 따라서 해당 입장을 표명하게 되는 담당자의 지위와 업무, 이러한 말과 행동을 하게 된 구체적인 사건의 흐름과 이에 따라 알 수 있는 신뢰성에 따라 표명의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한 표명 방식에는 행정처분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행위를 포함한 신뢰 형성이 가능한 일련의 모든 행동을 말한다. 여기에서 사실행위란 의사표시가 들어있지 않으며, 법적인 효과가 없는 행동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가 형성되었는지의 여부이다. 행정기관이 견해 표명을 올바르게 하였다고 믿은 사실에 대해서는 그 개인에게 귀책 사유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기관에서 내린 조치가 올바른 것이 아닌 부정행위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이는 보호 가치가 없는 신뢰가 되는 것이다. 해당 귀책 사유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해당 국민, 행위를 한 수임인 등 해당 사건에 포함되는 모든 사람을 두고 판명한다.
세 번째는 신뢰에 기초한 상대방의 후속 조치이다. 이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신뢰를 가지고 난 후에 그 믿음에 기반하여 어떠한 행위를 했어야 한다. 즉, 조치와 행동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선행 조치에 반하는 행정기관의 또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일례로 행정기관에서 어떠한 사업장의 영업을 허락하였는데, 갑자기 영업 취소를 해버리는 경우에 이미 물건을 구입한 국민들의 경우에 이러한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신뢰보호원칙의 한계는 이익형량과 사정변경이라는 두 가지 근거로 알아볼 수 있다. 개인의 신뢰 보호보다 더욱 큰 공익적인 행동이 필요한 경우에 개인은 보호받지 못한다. 당연히 국민들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이익을 따져 보았을 때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이는 저지되는 것이다. 이럴 때 금전적 배상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 원칙은 무조건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일 사후에 기초 사실이 바뀌었다는 것을 당사자가 알고 있었다면, 이는 보호 원칙의 주장이 불가능해진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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